"원숭이와 판다, 바나나가 그려진 그림을 제시하고 셋 가운데 서로 관련 있는 것을 두 개 골라 묶어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묶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동북아시아인과 서양인(주로 영미권)들의 대답에 아주 흥미로운 차이점이 있다. 다수의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은 반면, 서양인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판다를 묶은 것이다.[1] 후자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리했던 종적 범주에 입각하여 묶은 것이라면 전자는 양자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들뢰즈 철학을 참고하여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들뢰즈는 가타리와 함께 화학으로부터 ‘몰’mole과 ‘분자’molecule를 그들의 정치철학적 개념으로 끌어들였다. 몰은 기체의 움직임과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분자들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