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0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밤의 기억이 떠오른다. 버스는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각자의 하루를 성실히 보내느라 지친 모습이었다. 뒷자리의 여성 두 명, 친구로 보이는 둘 만을 제외하고 버스는 조용했다. 두 여성은 백만 년 만에 만난 친구라도 되는 듯 소소하고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신나서 떠들고 있었다. 열정 같기도 하고 활발함 같기도 한 그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는 버스를 공명시키고 있을 정도의 데시벨로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상한 열정에 평소 무력한 기분으로는 그 누구에라도 지지 않는 나조차도 약간 들뜨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을 것이었다. 젊은 그들이 열정 넘치는 대화를 하는 건 그다지 특이사항이 아니지만, 그날따라 특히 성실해버려서..